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생필품·식량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다. 온라인 쇼핑몰·편의점·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있고, 물류·배송망도 촘촘하다. '사재기가 별 필요 없다'는 학습 효과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반면 미국·유럽뿐 아니라 일본 도쿄에서도 사재기가 극성이다. 이 때문에 '사재기 대란 없는 한국'에 휴지, 손 소독제, 쌀 등을 보내달라는 각 나라의 SOS가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휴지, 되는 대로 수출해 달라"
지난달 23일 홈플러스 일상용품팀의 화장지 담당 바이어(구매 담당자)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Qoo10(큐텐)의 상품기획자였다. 큐텐 측은 "당장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긴급 사안"이라며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화장지'를 물량이 되는 대로 수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홈플러스는 "우선 롤티슈와 갑티슈를 보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 단가와 물량 협의를 거쳐 계약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일. 전북 군산에서 생산한 홈플러스 롤티슈와 갑티슈 2000세트를 실은 컨테이너선은 6일 부산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떠났다.
도쿄의 텅 빈 식료품 매대 -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의 한 식료품점에서 텅 빈 매대를 한 손님이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일본에서도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 같은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자, 각 나라에서 한국에 "생필품과 식량을 수출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으로 향하는 익산쌀 - 전북도청은 두 달 전 홍콩에 시범 수출한 쌀 13t이 완판되자, 일정을 앞당겨 홍콩 업체와 정식 수출 계약까지 맺었다. 지난 1일 전북 익산 한성영농조합 관계자들이 홍콩에 수출할 쌀을 트럭에 싣고 있다. /전북도청
싱가포르에서는 지난달 18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동 제한, 국경 봉쇄 조치를 발표하자 화장지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싱가포르는 주요 식료품의 90%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최근 찌개 양념이나 과자 등을 수출하기 위해 애썼는데, 화장지를 대량 수출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큐텐 측 요청으로 화장지 말고 생수 같은 각종 생필품 수출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쌀난(亂)'… 한국 쌀은 수출
전북 익산에서는 1일부터 '새일미' 품종 쌀을 매달 20t씩 홍콩에 수출하기로 했다. 한국 쌀은 해외에서 중국·동남아 쌀보다 2~3배가량 비싸 수출 판로를 뚫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에서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북도청 농식품산업과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수출 협상을 했던 홍콩에 두 달 전 시범 수출한 쌀 13t이 완판됐다"며 "일정을 앞당겨 정식 수출 계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도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에 '새청무' 품종 쌀을 처음으로 수출했다. 올해 강진에서는 쌀 90t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식량 대란'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농산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곡물 비축량을 확대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인도·태국에 이은 세계 3위 쌀 수출국 베트남은 지난달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고, 캄보디아도 5일부터 쌀 수출을 멈췄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 쌀 가격 기준인 '태국 백미'가 1t 당 560~570달러에 거래되면서, 2013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쌀 관측 4월호'는 당분간 국내 쌀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손 소독제, 냉동 만두도 해외에서 불티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 있는 CJ제일제당 만두 공장은 지난달부터 주말에도 생산 설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한 미국에서 한국 스타일의 냉동 만두도 '사재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미국 대형 마트에서 비비고 왕교자 만두, 햇반, 슈완스 냉동 피자 주문량이 평소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7억43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3월 한 달 수출액은 6억7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8% 늘었다. 가공 식품 수출액은 14억15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산 손 소독제도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손 소독제 수출액은 569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배(604.1%) 급증했다. 3월 한 달 수출액이 지난해 전체 수출액(678만달러)의 83.9%에 달한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 손 소독제를 구할 수 없는 곳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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