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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중국

중·러 동맹은 어디로?

중국 헤이룽장성(黑龙江省)이 지금 중·러 접경도시 쑤이펀허(绥芬河)가 “둑을 무너뜨리는 작은 구멍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헤이룽장성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최근 19건의 코로나19 역외 유입 사례를 발표했다. 그런데 특이점은 이들의 역학조사 결과다. 이들 감염자의 주소지가 쑤이펀허와 비교적 가까운 헤이룽장과 지린(吉林)뿐만 아니라 멀리 저장(浙江)과 푸젠(福建) 심지어 남부 광둥(广东)에 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동선을 추적한 결과 모두 공통된 입국 루트를 이용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온 뒤에 자동차를 타고 헤이룽장의 동남부 도시인 쑤이펀허(绥芬河)로 입국하는 방식이다. 이유는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 민항국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국제선 감편 조치의 하나로 매주 운항하는 항공편 수를 130편 정도로 대폭 줄였다. 이러다 보니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한 러시아에 있는 중국인들이 육로를 통해 귀국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지만, 내국인은 계속 허용하고 있다. 역외 유입이 신경 쓰이지만, 자국민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쑤이펀허로 입국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중국인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주로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폐쇄된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감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게다가 모스크바는 마스크 착용률이 30%에 불과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오는 비행기도 맘이 편치 않다. 함께 탑승한 러시아인들이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중국인들이 감염 공포를 호소할 정도다.


문제는 쑤이펀허로 입국하는 중국인들의 수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쑤이펀허 국경 출입구까지는 220km가량 떨어져 있다. 중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장 빠른 육로다.

쑤이펀허(绥芬河)는 중국과 러시아의 변경무역의 요지로 러시아와 중국을 왕래하는 보따리 무역이 활성화되어 있다. 호시무역구(互市贸易区)가 있어 한국 제품의 러시아 수출 교두보로서의 역할도 담당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근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9,288 km를 달리면 곧바로 모스크바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유럽으로 향하던 관문 역할을 하던 쑤이펀허가 코로나 사태로 중국인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면서 거꾸로 코로나19의 주요 유입 경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헤이룽장성 방역당국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역외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있던 중국인들의 역유입이 급증하면서 방역당국 조차 손을 들면서 이런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4월 3일, 중국 헤이룽장성(黑龙江省) 상무청과 러시아 국경사무소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중국과 러시아 접경인 쑤이펀허(绥芬河) 국경을 임시 폐쇄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유는 러시아에서 입국하려는 중국인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인 입국자가 쏟아지면서 중국 쑤이펀허(绥芬河) 출입국 사무소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현실적으로 입국자 검역이나 격리 문제에는 많은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 측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러시아 측과 협의를 거쳐 쑤이펀허-파그라니치니를 잇는 출입국 세관 검역 통로를 4월 5일 임시 폐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4월 6일 정상적으로 다시 연 뒤, 4월 7일부터 4월 13일까지 또다시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양국은 국경을 다시 개방하는 문제는 추후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쑤이펀허(绥芬河)시는 상주인구가 10만도 안 되는 작은 현(县)급 도시로 호텔이나 숙박시설이 절대 부족하다. 러시아에서 오는 중국인을 14일간 전부 수용 격리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중국은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4월 3일 오후, 양국 합의에 따라 공문을 러시아 쪽에 보냈다. 4월 5일 임시 폐쇄하고 다음날인 6일 다시 개통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다음날인 4일, 갑자기 러시아 측은 5일 국경을 폐쇄 방침을 번복해서 계속 통관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이유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귀국하려는 중국인들의 출국 수속을 위해서라고 알려왔다.

러시아가 당초 약속을 번복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러시아 정부가 변경 지역에서 3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자가 격리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강화된 방역 지침을 내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접경지역 내 모든 호텔과 여관, 요양원 등이 모두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온 중국인들이 출국을 위해 하루 묵어갈 숙소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헤이룽장 당국도 당초 계획을 바꿔 국경을 계속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아지던 날, 미국 국적의 중국인 남성의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 올라오면서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저는 중국인입니다. 하지만 중국 국적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2분 정도의 영상에서 그는 코로나19가 닥친 자신의 처지와 반성,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특히 코로나19를 피해 모국으로 갈 수도 있지만 “돌아갈 면목이 없다며 조용히 나에 대한 응보를 즐겨야죠.”라며 회한의 눈시울을 붉혔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아무리 온 세상을 떠돌아도 어려울 때 반갑게 맞아 주는 모국이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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